모미토 개발일지 #1
시작은 10년 전이다.
회사 워크숍에서 "앱 서비스 아이디어 공모"라는 걸 했다. 대단한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니었지만, 디자이너 특유의 쓸데없는 승부욕이랄까. 아무튼 나는 꽤 진지했다.
그때 내가 잡은 주제는 '점심메뉴'였다. 직장인에게 가장 크고 무거운 고민. 연봉도, 상사와의 갈등도 아니다. 매일 정확히 11시 50분쯤 찾아오는 그 질문. "오늘 뭐 먹지?"
나는 이게 인류 최대 난제라고 확신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메뉴 이름은 언제나 '아무거나'였으니까.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내가 먹은 식사를 기록한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매일 점심메뉴를 추천해준다, 기분 좋은 멘트를 살짝 곁들여서. 끝.
당시엔 스포티파이가 음악 큐레이션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였고, 후발주자 애플뮤직도 "우리도 추천 잘해요"를 전면에 내세우며 따라붙던 시기였다. 노래는 취향대로 골라주면서, 밥은 왜 안 골라줘? 라는 게 출발점이었다.
발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박수도 좀 받았고. 문제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만들 건데?'였다. (물론 탈락이었다.)
뭐, 만들 줄도 몰랐고.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었다.
디자인은 해도 개발은 1도 모르는 디자이너. 아이디어는 PPT 위에서만 반짝였고, 워크숍이 끝나자 그 반짝임도 같이 꺼졌다. "에이, 이런 건 곧 어디서 만들겠지." 아주 편리한 자기합리화와 함께, 아이디어는 서랍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30대 디자이너에서 40대 디자이너가 됐다. 픽셀을 1px씩 옮기고, 클라이언트의 "그… 느낌 아시죠?"를 매번 통역해가며 근근이 먹고살았다. 신기하게도 그 점심메뉴 앱은 10년 동안 "딱 이거다" 싶은 게 끝내 안 나왔다. 비슷한 게 가끔 보였다가도 금세 사라지곤 했다. 나는 종종 그 서랍을 떠올렸지만, 열어볼 엄두는 안 났다. 어차피 못 만드니까.
그런데 세상에 이상한 게 나타났다.
AI.
솔직히 내 세대한테 AI는 좀 다른 거였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컴퓨터랑 붙을 때 그 '컴퓨터' 말이다. 그것도 난이도 '쉬움'으로 골라놓고. 그랬던 단어가 어느 순간 진짜로 세상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걸 접했다. 코드를 한 줄도 못 짜는 내가, AI한테 말로 설명만 하면 뭔가가 만들어진다고?
심장이 덜컹였다.
혹시… 지금이라면? 10년 전엔 PPT 몇 장이 한계였던 그 아이디어를, 이번엔 진짜 화면으로 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클로드 구독 버튼을 눌렀다. (떨려서 그만 200달러로 잘못 골랐다.)
10년 묵은 아이디어의 압축을 푸는 작업이 그렇게 시작됐다. 이름은 모미토. 점심메뉴 추천에서 출발한 이 녀석이 지금은 꽤 다른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풀어보려 한다.
To be continued.